
"그로부터 벌써 10년인가. AOF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방송으로부터 이제 꼬박 10년째가 되네. 10대였던 내가 이제는 20대 후반으로, 벌써 30대를 바라보고 있다니 믿어져? 아, 입니까? 난 사실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는데. 지난 10년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꽤 많이 달라졌어요. 동방군 사령부가 완전히 무너지고, 일본이 일본 지부가 아니라 다시 국가의 형태를 찾는 데만도 꼬박 3년이 걸렸지. 영상이 공개된 후에는 SLS도 우리 편에 서주었어요. 물론 가이드들을 해방한다는 조건 하에. 솔직히 핵전쟁이 다시 일어날 뻔했을 때는 정말 이제 다 끝이구나 했는데 말이야. …요. 그 위기도 어떻게든 잘 넘겼고. 쿠로코가 그때 피를 토하면서 애 많이 썼거든요. 아 참, AOF 초기 대원들의 소식을 전하려고 해입니다. 아카아시 씨는 초등학교 공부부터 다시 시작해서 엄청난 속도로 의대를 졸업했어요. 지식을 빨아들이는 속도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지. 의대를 졸업한 후에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의료 봉사를 하고 있는 모양이야, 요. 버려진 센티넬들을 위한 일에는 특히나 더 팔을 걷고 나선다고 그러더라고. 아직까지 혼자라던데 얼른 좋은 사람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뺀질거리던 가이드 오이카와 씨는 일본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마자 세계여행을 떠났어입니다. 더 이상 6000피트 상공에서 헤매는 삶은 질색이라면서 자기 발로 걸어 다니고 있다던데… 그래서 그런지 얼굴 보기가 쉽지가 않아. 이즈키 씨는 얼마 전에 센티넬을 위한 학교를 설립했어요. 이즈키 씨는 SFS에 있을 때부터 센티넬들에게도 지식이 꼭 필요하다고 여겼던 것 같아, 입니다. 센티넬이 폭주하지 않도록 가이드와 파트너를 맺어주고, 예전에 소령님이 사용하던 초커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센티넬들이 학교에 다녀도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을 넓히고 있어요. 아 썰렁 개그책도 두 권 정도 냈던데 솔직히 안 읽어봤어. 앞으로도 안 읽으려고. 절대. 보쿠토 씨는 군인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SFS에서 사람들을 죽였던 게 아직 조금 걸리는 것 같아… 입니다. 지금은 사관학교에서 사격이나 육탄전을 가르치는 조교로 일하고 있어요. 실력이 워낙 좋으니 자꾸 군부에서 스카우트하려고 하는데 꿋꿋하게 거절한다고 그러더라고요. 키세는 사령부가 물러난 이후 국내의 치안을 책임지는 신생 경찰을 이끌고 있어, 요. 미남 경시총감이라고 이름이 높던데 인기가 무슨 거의 연예인급이야. 아직 국내가 안정되지 않아서 바쁜 건지 눈코 뜰 새 없이 돌아다니고 있어, 입니다. 경시청으로 출근할 때 경호원들이 아니라 여자들의 무리가 진을 치고 서 있는 건 언제 봐도 장관이라니까. 모리야마 씨는 꾸준하게 센티넬 여성에게 손짓하고 있지만, 아직도 결혼은커녕 애인도 없고요. 내각에서 일하고 있는데, 혁명이 성공한 이후에도 아직 더 해야 할 게 많다고 느끼나 봐요. 끈덕지게 상관을 괴롭히면서 쫓아다닌다는데 아주 가끔씩만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준다나 뭐라나. 아, 그러고 보니 쿠로코도 일본 내각에서 일하고 있어. 요. 방위성 산하에 있는 정보국에서 국장 자리를 맡고 있어서, 그 덕분에 방위성이 역사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정보력을 갖추게 됐다고 하더라고. 너무 어려운 소리라서 나는 솔직히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쿠로코나 히나타처럼 능력이 상시 발현되는 센티넬들을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 얼른 연구 성과가 나왔으면 좋겠어, 입니다. 키요시 씨는 경호원이 됐어요. 경호원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그보다는 훨씬 높은 사람인데. 아, 맞다. 경호실장이라고 하더라고. 내각 주요 인사의 안전을 담당하는 게 키요시의 역할이라고 해, 입니다. 아직 동방군 잔당이 남아서 그런지 암살의 위협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닌 모양이야. 그래도 키요시가 그 건물을 지키고 있다고 하면 언제든지 안심이지! …아니, 입니다! 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난 소방관으로 일하고 있어. 요. 사실 내가 내 멋대로 내각에서 뛰쳐나온 거긴 하지만. 난 책상 앞에서 하는 일보다는 직접 발로 뛰는 게 좋다고! 불을 다루는 센티넬이 불을 끄는 일을 하고 있다니 좀 이상한 것 같기도 한데, 적어도 내가 여기서 일하고 있으면 내 목숨 아까워서 다른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소령님, 아, 이제 소령님이 아니지. 보스, 듣고 있어요? 우리 이렇게나 잘 지내고 있어, 입니다. 지금의 우리를 보면 뭐라고 생각하실까. 잘했다며 웃으실까? 아니면 더 분발하라고 발로 걷어차실까? 내 생각에는 아마 후자일 것 같은데. 아. 보고 싶어요. 아마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힘내고 있으니까. 포기하지 않을게… 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저 먼 곳에서 우리의 미래를 지켜봐 줘세…"
"야, 카가미. 잠깐만."
"오우."
"나 안 죽었거든?"
"아 맞다."
"아 맞다? 아 맞다아아아? 웃기지 말라고 이 자식아! 이게 어디서 날 사망자 취급하면서 나불나불 독백하고 있어!!!!!"
카사마츠의 화려한 돌려차기가 카가미의 턱에 명중하자 카가미는 혀를 제대로 깨물며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아니, 장난도 못 치냐고요! 아. 물론 카사마츠 유키오는 죽지 않았다. AOF가 이끄는 일본의 임시 총사령관으로 부임하고 있던 그는 내각이 정상화되자마자 물러나려 했지만 몇 번이나 기각당하는 바람에, 지금은 방위성에서 국방을 책임지는 방위대신이 되어 있었다. 씨근대며 일어나는 카가미를 보며 모리야마가 배를 잡고 웃는다. 국가 유공자의 유해를 앞에 두고 있는 엄숙한 시간에 들릴만한 웃음소리는 분명히 아니었다. 투명한 존재감을 자랑하던 쿠로코는 미지근한 눈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가 10년이 지나도 변한 것이 없다.
그러니까 2073년, 혁명은 기적적으로 성공했다. 영상은 사람들의 억압된 불만을 터뜨리는 기폭제가 되었고 곳곳에서 시위와 쿠데타가 일어났다. 다급해진 동방군 사령부는 또다시 본토에 핵 공격을 가하려 했지만 이미 사령부 내부 역시 극심한 혼란으로 인해 변절자가 속출하는 상황이었다. 그 틈을 타 AOF 연합군이 동방군 사령부를 장악했고 2074년에는 공식적으로 동방군이 해체되기에 이른다. 헌법은 다시 만들어졌으며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새로 배웠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모든 국가는 군사동맹대신 군축 협약을 맺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83년, AOF의 초기 대원들은 이제 SFS에서 전사했던 세 명의 유골이 안치된 납골당에 와 있었다. 히나타와 츠키시마, 그리고 쿠니미는 2076년에 국화장 훈장을 수여받아 1급 국가 유공자가 되었다.
"그 녀석들도 지금 여기에 있었으면 좋을 텐데."
"보고 있을걸."
키요시가 씁쓸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말했고 아카아시가 그 말을 받았다. 10대의 풋내기였던 부대원들은 이제 저마다 다른 길을 걸으며 훌륭한, 아니 훌륭한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어쨌든 제 앞길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어엿한 어른이 되어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모습에서도 이제는 제법 프로페셔널함을 엿볼 수 있
"헤이헤이헤이!!! 이거 끝나고 뭐 먹을지 메뉴 정하자!!!"
"아, 정말. 시끄럽슴다! 묵념 중이었잖아요!!"
"오이카와 씨는 우유빵 먹고 싶은데~"
"앗. 왔다 이거. 오이카와 씨는 [우유]빵이 먹고 싶[우유]!"
…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쿠로코는 다시 한 번 절절하게 생각했다. 10년이 지나봐야 그대로다. 가장 무서운 건 카사마츠 소령(이제 소령이 아니라 그의 상관인 방위대신이었지만 아무튼 호칭 따위 아무래도 좋다)의 얼굴이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키세가 이케맨의 지식을 십분 발휘하여 안티 에이징에 힘써주고 있다고는 하는데,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그렇지 카사마츠 본인의 말에 의하면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얼굴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요정이 아니라 요괴 수준 아닌가. 역시 교주.
"어쨌든 그래서, 뭐 먹고 싶냐 늬들. 오랜만이니까 내가 쏜다."
"오! 야끼니쿠 먹어요! 200g에 6만엔 하는 ㄱ"
"편의점 가자고?"
"아 두목 쫌생이!"
뭐,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혼란스러운 시대니까.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관계로 남아 있는 편이 어쩌면 더 좋은 걸지도. 주황색 날개를 지닌 나비가 새파란 하늘을 팔랑팔랑 가로지르며 소담스럽게 웃음을 터뜨렸다.
THE END

